[이사회 기고]
…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 김화경(상명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이사회는 재단의 경영목표 수립에서 사업 운영에 이르기까지 그 주요사항에 대한
전문성 있는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 바란다’는 이사회의 자유기고 코너로, 과학문화 및 과학수학정보교육 분야의
국내외 동향 정보와 정책적 제언 등을 담아 재단 내외부의 이해 관계자들간의 교류와 성장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이름을 통해 찾는 기관의 본질, 과학과 창의에서 찾는 '자유로움'의 중요성
‘한국과학창의재단 Korea Found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and Creativity’이라는 기관 명칭에서 역할을 규정하는 용어는 ‘과학 Science’과 ‘창의 Creativity’라고 볼 수 있다. ‘과학기술문화 창달 및 창의적 인재육성’이라는 기관의 미션에서도 과학과 창의는 거듭 강조되고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기후 변화, 불평등, 팬데믹 등의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더 자주 등장 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없던 창의적 사고가 더욱 필요하다. 이에, 과학과 창의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과학창의재단이란 기관의 성장에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진단해보고자 한다.
단, 필자는 수학과 수학교육을 전공한 사람으로 과학 전체를 바라보는 데에 한계가 있고, 창의를 논하기에는 전혀 창의적인 사람이 아님을 미리 밝힌다.
‘과학’ : 수학은 자유로운 과학이다.
수학과 수학교육은 과학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런 어려운 질문에는 절대 필자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므로, 본인의 의견 대신 위키피디아에서 ‘과학’을 검색해본 결과를 공유한다.(링크) 이중 과학의 체계를 다루고 있는 한 그림을 들여다보면, 수학을 과학의 하나로 봄과 동시에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사회과학과 다른 분야로 구분 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과학은 탐구 대상의 크기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리학, 화학, 등은 탐구 대상이 분자나 원자 단위 이며, 생명과학은 세포 수준의 크기를 주요 대상으로 하고, 사회학, 심리학 등의 사회과학은 인간을 대상으로, 마지막으로는 천문학 등은 지구나 태양계, 우주를 탐구 대상으로 삼는다.
하지만 수학은 탐구 대상이 없는 ‘형식 과학’으로 분류된다. 이는 수학을 조금 아는 필자가 보기에 적절한 분류다. 정확하게는 탐구 대상을 새로 만들고, 자유로운 방법으로 다루는 학문을 수학 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수학은 사실을 다루는 분야는 아니라, 있음직한 개연적 거짓을 다루는 분야일 수도 있겠다.
‘수학의 본질은 그 자유로움에 있다’는 위대한 수학자 칸토어 Georg Ferdinand Ludwig Philipp Cantor(1845 –1918)의 말은 이러한 특징을 잘 담고 있다.
가상의 탐구 대상을 설정하고 자유로운 연구 결과를 만들어 낸 뒤에서야 그 모델에 맞는 실재가 발견되는 경우도 흔히 일어난다. 예를 들어 ‘허수 시간1’에서 말하는 허수 imaginary number는 본래 시간을 탐구 대상으로 도입된 개념이 아니다. 허수는 르네상스 시대 3차방정식의 근의 공식이 발견되기 전, 방정식 풀이를 위해 만들어 낸 ‘실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임시의 기호 ‘i ’에서 시작 되었기 때문이다. 기호가 먼저 등장하고 나서야, 이후 2차방정식의 근, 시간, 회전 변환 등을 설명하는 ‘기적’같은 복소수로 활용되게 된다.
‘창의’ : 창의성은 어둠 속 스위치를 찾아 헤매는 손에서부터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창의력을 잃어버린다고 한다. 실제 NASA에서 실시한 창의성 테스트에 의하면 4세에서 5세 사이의 어린이 중 98%가 뛰어난 창의성을 보였으나, 추적 조사 결과 5년 뒤에는 30%만이, 다시 5년이 지난 뒤에는 단 12%만이 해당 수준이었다고 한다. 25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 진행된 같은 테스트에서는 2% 미만만이 뛰어난 창의성을 보였다. 이 연구에 의하면 우리는 창의성 증진 교육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성을 잃어버리지 않는 교육을 하거나, 아예 창의성 교육을 멈추어야 할 수도 있다. 우리가 창의성을 잃어버리는 이유는 기존의 잘 정리된 방법이나 내용에 ‘길들여지기’ 때문일 것이다.
창의성은 캄캄한 방에서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켜는 것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어느 순간 떠오른 창의적 해법을 스위치로 보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스위치를 켜는 그 환희의 순간이 아니라 그 이전에 어두운 방에서 손을 뻗어가며 헤메는 안타까운 방황의 자유일 것이다. 이러한 방황이 창의의 시작이라 할수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 자유로움을 더하다.
과학으로서의 수학과 창의를 살펴보며 필자는 ‘자유로움’이라는 공통된 키워드를 발견하였다. 시간의 자유로움, 표현의 자유로움, 공간의 자유로움 등 어디까지 가능하며 어디까지가 필요한 것인지 특정할 수는 없다. 하나의 프로젝트에서 자유로움을 추구할 수도 있고, 조직 문화에서, 사무 공간 및 회의 방법에서 자유로움을 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혜화동에서, 선정릉, 역삼까지 한국과학창의재단을 10년 이상 겪어본 필자는 재단이, 재단에 근무하는 분들이, 재단의 제도가 기존의 것에서 벗어나 보다 더 자유로워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항상 가져왔다. 기관 핵심미션의 중요 키워드인 과학과 창의를 위한 밑거름을 닦는 방법으로써, ‘자유로움’의 의미와 그 실천 방법을 내외부에서 다시 한번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과학창의재단에 ‘과학창의’를 더하는 하나의 길이 되길 바라본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 바란다>는 이사회의 자유기고 코너로, 과학문화 및 과학·수학·정보 교육 분야의 국내외 동향 정보와 정책적 제언 등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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