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창의재단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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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겨 우리 모두를 경악시켰다. 때맞춰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는 클라우드 슈밥 회장이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했고, 세상은 지능혁명을 통해 완전히 변모할 것을 예언했다. 이로부터 6년이 흐른 지금, 우리 세상은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을까? 일반 국민들에게도 인공지능은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고, 교육 현장에서는 정보교육과 코딩이 새로운 주요 과목으로 그 차수를 늘이고 있다.
■ 빅데이터를 통해 비약적으로 성장한 인공지능
사실 인공지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움직이는 지능, ‘로봇’의 어원은 1920년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의 희곡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는 1956년 처음 사용되었으며, MIT의 AI랩은 1959년에 설립되었다. 스탠포드 대학에서는 1974년에 최초의 자율주행 이동체를 만들었고, 1965년에는 챗봇인 ELIZA가 탄생했다. 1997년, IBM의 Deep Blue 슈퍼컴퓨터는 체스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이겼다. 우리가 지금 열광하는 메타버스는 1992년 닐 스티븐슨이 지은 ‘Snow Crash’라는 소설에 등장한 개념이다. 소설책에 나온 메타버스의 정의는 지금 보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메타버스 그 자체의 정의다. 그럼 이처럼 오랜 시간 우리 곁에 있어온 인공지능이 왜 지금에야 우리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일까?
사람이 뛰어난 지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훌륭한 두뇌를 타고 나야 한다. 그리고 이 두뇌를 잘 훈련시켜 뛰어난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좋은 교육 환경이 필요하다. 그런데 교육은 맨 땅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 천년동안 인류가 쌓아온 지식이 그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인공지능에도 위의 세 가지가 필요하다. 훌륭한 두뇌는 초고성능 컴퓨터, 좋은 교육환경은 컴퓨터를 작동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그리고 축적된 지식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훈련시키는 데이터이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 대한 연구는 오랜 시간 이루어졌지만, 이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킬 수 있는 컴퓨팅 파워와, 이를 훈련시킬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는 비교적 최근에 이르러서야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얻어지게 된 것이다. 사람의 두뇌 구조를 모방하여 컴퓨터를 훈련시키는 방식이 알파고에서 사용한 딥러닝 방식인데, 이 개념은 이미 1950년대부터 시도된 방식이다. 하지만, 컴퓨팅 파워가 뒷받침해주지 못해 장난감 수준의 지능을 구현하는 데 그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 후 컴퓨팅 성능의 놀라운 발전과 이를 훈련시키기 위한 소프트웨어의 발전, 여기에 인터넷과 디지털화로 얻어지는 방대한 데이터가 결합하여 지금의 인공지능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 성큼 다가온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 시대
이렇게 탄생한 인공지능은 2018년 20명의 미국 최고의 변호사와 대결하여 5건의 소송건을 검토하는데 한 건 당 평균 소요 속도 26초, 정확도 94%를 보여 사람 평균치 92분, 85%를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보였다. 전문 의사에 비해 10% 이상 높은 암 진단 정확률을 보이기도 한다. 영상을 자동으로 분석하여 자막을 달아주고, 사람의 음성을 인식하고 자동 번역을 하는 데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사용되고 있으며, 예술작품의 창작과 디자인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자랑한다. 경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에서 인공지능이 작곡한 관현악곡과 모차르트의 관현악곡을 차례로 연주한 다음 관객들에게 어떤 음악이 더 좋았는지 물었더니 무려 1/3에 달하는 272명이 인공지능이 작품에 손을 들어 주었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그린 초상화는 크리스티 경매에서 43만달러에 낙찰되었고, OpenAI의 GPT-3는 ‘아기 무가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모습’을 디자인해달라는 요청에 아래처럼 깜찍한 그림을 그려냈다.
(출처: OpenAI-GPT-3)
인공지능의 언어 학습 능력도 발전하여, 영화 의 주인공처럼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것도 더 이상 상상 속의 일이 아니다. 서울 관악구청에서 독거 노인에게 제공한 ‘효돌이’ 인형은 단순한 놀이감이 아니라 할머니의 식사와 투약 시간을 챙기고, 안부를 묻고 재롱을 떠는 소중한 친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성공적 공존을 위한 준비, 우리나라의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은?
인공지능은 컴퓨터 안에서 벗어나 자율주행 자동차로, 지능형 로봇으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일상 생활에서 얻어진 데이터가 인공지능을 통해 최적의 해법을 제시하여 사회를 변화시키는 Digital Transformation 세상이 된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앞두고 사람들의 기대와 우려는 교차한다. 어떤 사람은 디스토피아를 걱정하고, 혹자는 유토피아를 꿈꾼다. 하지만 분명한 한 가지는 유토피아든 디스토피아든 우리가 만들어 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앞에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 과연 우리는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을까?
2021년 6월, 스탠포드 대학은 소셜 미디어에서 공유되는 정보의 타당성, 불공정성을 얼마나 잘 판단하는지 학부생들의 온라인 추론 능력을 조사했다. 그 결과 많은 이들이 타당성이나 공정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디지털 원주민이라 불리는 MZ세대,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학생들이 모인다는 명문대학의 신입생이 디지털 기술에는 익숙하지만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예절이나 디지털 정보 평가 능력, 디지털 권리와 책임감 등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은 부족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더 처참하다. 2018년 OECD 조사에 의하면 사실과 의견을 식별할 줄 아는 능력, 이를 위해 정보의 주관성과 편향성에 대해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비율에서 우리나라는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 미래세대를 위한 정보소양을 높이는 한국과학창의재단
인공지능 시대는 이미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다.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공지능에 선별적으로 제시하는 소식을 듣고, 인공지능이 권하는 길을 선택하고, 인공지능이 제어하는 도시에서 살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선민이 되려면 정보 소양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리터러시, 즉 디지털 문해력 교육이 필수적이다. 디지털 문맹은 인공지능 시대의 낙오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서 디지털 문해력은 단순히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는 기능적인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주지해야 한다. 정보를 평가하고, 논쟁하며, 기존의 정보에서 문맥을 읽어내고 서로 연결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 능력이 필요하다. 온라인 공간을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본 소양과 온라인 상에서 상대를 배려하고 협력할 줄 아는 태도와 능력 또한 필요하다. 잘못된 정보와 개인의 의견, 편견으로부터 가치있는 정보를 골라내는 것도 디지털 문해력의 필수 조건이다. 현대인의 쉽게 빠지기 쉬운 4가지 인지적 편향성은 디지털 상에서는 알고리즘에 의해 더욱 강화된다.
*(참고) 영국 워릭대 심리학과 Thomas Hills의 이론
- 부적적 편향 : 부정적 정보를 우선시하는 경향
- 군집 편향 : 불확실할 때는 군중을 따르는 성향
- 확증 편향 :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를 우선시하는 성향
- 패턴인식 편향 : 항상 패턴을 탐지하려는 시도
한국과학창의재단은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하여 전국민 AI 교육 확산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AI교육 교사연구회, SW선도학교 등의 사업도 그 일환이라 할 수 있으며, SW 교육과정은 물론,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인공지능 수학’ 과목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내용을 보면, ‘인공지능’을 만들거나 다루는 데 필요한 기술적인 내용에 지나치게 몰입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만들’거나 ‘다루’기 보다는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일 터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코딩능력이나 수학 능력보다 디지털 문해력이다. 정규 교육과정에서는 물론, 이미 교육과정을 수료한 이들에게도 디지털 문해력에 대한 재교육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재단 내외부의 다양한 교육 전문가들의 연구가 바탕이 되어 실효성있는 디지털 문해력 교육이 설계될 수 있도록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그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전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하여야 할지에 대한 방법론에 대한 고민도 시급한 과제로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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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화 한국과학창의재단 선임이사 기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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